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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후기 (19번째 남자)
 ThatEye7  | 2018·05·29 11:08 | HIT : 140 | VOTE : 36
게시판이 썰렁해서 개인 블로그에 있는 걸 한 번 긁어봤습니다. 마지막에 덧붙인 질문의 해답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19번째 남자 (Bull Durham, 1988)


메이저리그에 일정 수준 이상의 관심을 가진 이라면 메이저리그 관련 영화를 찾아서라도 보려는 생각을 한 번은 해봤을 것이다. 야구와 영화, 두 분야에서 세계를 대표하는 나라가 미국이니, 메이저리그를 소재로 한 영화는 당연히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미국 내에서 최고의 야구 영화를 꼽을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영화가 바로 ‘19번째 남자’다.





이 작품의 정체성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드러난다. 피트 로즈,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베이브 루스, 재키 로빈슨 같은 전설들은 물론 에디 가에델 같은 특이한 인물을 차례로 보여주며 막을 올린다. 메이저리그 팬들이라면 각을 잡게 만드는 순간이다. 영화의 첫 대사가 “나는 야구라는 종교를 믿는다.” 는 수준이니 말 다했다.

정확히는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렇다고 영화가 시종일관 야구에 대해 집요하게 읊는 건 아니다. 오히려 야구적인 면 자체는 우스꽝스럽거나 과장된 모습으로 연출되는 게 대부분이다. 장르적 구분으로도 ‘로맨틱 코미디 스포츠’ 영화로 분류된다.

이 영화의 매력은 야구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사랑으로 풀어내면서 결국 새로운 꿈과 인생을 말하는 지점에서 억지 감동을 자아내지 않고 공감을 얻는다는 데 있다. 유망주의 성공 스토리에 집착하지 않고 노장 선수의 기록에 얽매이지 않는다. 누추하면서도 정감이 넘치는 마이너리그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가감없이 풀어내면서 그 구성원들의 인간적인 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작업이 가능했던 것은 익히 알려졌다시피 론 쉘튼 감독의 이색 경력 때문이다. 덩크슛 (White Men Can’t Jump), 틴 컵 (Tin Cup) 등 스포츠 영화를 많이 만든 쉘튼은 1966년 MLB 드래프트에서 36라운드 전체 719번째로 볼티모어에 지명된 실제 선수 출신이다. 5년간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가 한계를 절감한 쉘튼은 대학으로 돌아와 학업을 마친 뒤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기존 스포츠 영화가 지나치게 팬들의 시각에서만 다뤄진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끼고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걱정은 딱 두 가지다.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그리고 오늘 밤 여자를 찾을 수 있을지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할 수 없는, 쉘튼 감독의 실감나는 말이다.




경기 장면을 코믹하게 풀어내긴 했지만, 쉘튼 감독의 경험 덕에 오히려 리얼리티가 돋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종교와 미신에 집착하는 선수들의 덕아웃 풍경, 고된 버스 원정길, 라커룸의 디테일은 기본. 전보를 통해 들어온 원정경기 중계 상황을 가짜 관중 소음과 섞어 실시간 방송인 것처럼 전하는 라디오 중계도 당시 실제 모습과 비슷하다. 방출이 결정된 선수를 감독실로 불러 통보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연패에 빠진 선수들이 한밤중에 경기장에 들어와 스프링클러를 틀어 그라운드를 난장판으로 만든 뒤 다음 날 경기를 취소시킨 에피소드는 쉘튼 감독의 경험을 활용한 것이다. 이런 요소들은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배우의 면면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주연으로 나선 케빈 코스트너는 이 작품 이후에도 ‘꿈의 구장’, ‘사랑을 위하여’ 로 이어지는 이른바 야구 영화 3종 세트를 완성한 야구선수 전문 배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교 때까지 선수로 뛴 이력은 경기 장면을 통해 쉽게 검증된다. “스포츠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배우”라는 게 쉘튼 감독의 평이다. 말 그대로 얼굴에서 광채가 나던 시절의 코스트너를 확인할 수 있다.



동반 출연한 수잔 서랜든의 뒷얘기도 흥미롭다. 여성의 역할이 진부하게 소비되고 있는 점에 문제 의식을 느끼던 서랜든은 영화 시나리오를 직접 찾아 읽은 뒤, 당시 거주지였던 이탈리아에서 직접 비행기를 타고 오디션에 참여한 끝에 배역을 따냈다. “여배우에 대한 클리셰를 철저히 배제한 시나리오에 끌렸다.”고 말한 서랜든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이 배우로 살아갈 인생에 대한 확신까지 얻었다고 한다. 요즘 화두인 젠더 문제를 한 시대 앞서 고민한 것이 인상적이다.

무명 배우임에도 주연급으로 나선 팀 로빈스의 풋풋한 모습 역시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로빈스는 인간적이고 로맨틱한 시나리오는 물론 어릴 적 꿈꾸던 야구 선수 배역까지 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을 자신의 배역에 대한 매력으로 꼽았다. 로빈스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를 언급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저 없이 이 작품을 꼽았다. 이후 대배우로 성장한 자신의 경력을 따져봐도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서랜든과의 사적인 인연이 이뤄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하다.



당시만 해도 흥행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지 못해 제작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고향을 배경으로 한 야구 영화를 만드는 게 소원이던 제작자 톰 마운트가 가세해 750만불의 제작비로 영화가 완성됐다. 이 작품은 개봉 뒤 5천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달성했고 평단으로부터 갖은 찬사까지 받으며 각종 영화제의 각본상을 수상했다. 야구계에서도 ‘진짜 제대로 된 야구 영화’로 인정해, 개봉 15주년을 맞은 2003년에는 명예의 전당에서 기념행사까지 계획할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 팀 로빈스가 이라크 전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부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는 이유로 명예의 전당 측이 행사를 취소했다. 수많은 야구 영화 가운데 가장 큰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쉘튼 감독은 자신이 잠시 뛰었던 미네소타 산하 트리플 A팀인 로체스터 구단 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박병호로 인해 로체스터 구단의 인지도가 상승한 것이 아쉽다.)

원작과는 무관하지만 메이저리그를 다룬 영화의 공통점으로, 이 작품 역시 야구적인 오역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은 안타깝다. 타점이 득점으로, 8승 16패를 16전 8승으로 번역하는 등 큰 맥락을 방해하지는 않지만 야구 마니아들에게는 몰입을 잠시나마 저해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참 사소하기는 하다.)

기억나는 장면 중 하나, 팀 로빈스가 속옷만 입고 투구하는 꿈속의 순간이 등장한다. 영화의 배경은 한여름의 야구장인데 촬영 시기가 11월이었기 때문에 로빈스는 땀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전신에 오일을 칠해야 했다. DVD 셔플먼트에서 이 때를 회고하는 로빈스는 여전히 몸에 오일을 바른 이유를 모르고 있다. 촬영이 초겨울까지 이어진 탓에 낮에는 경기장 주변에 단풍이 든 나무들을 피해 찍을 방법이 없어서 할 수 없이 야간 경기 위주로 촬영했다고 한다. 자세히 보면 배우들의 대화 도중 입김이 나오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최후의 미스테리가 하나 남아 있다. 이 영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한국인 누구도 아직까지 풀지 못한 문제, 바로 제목이다. 영화의 원제는 ‘Bull Durham’ 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마이너리그 팀 Durham Bulls 의 이름과도 관계가 있고, 야구 역사에서 불펜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찾을 때 등장하는 담배 회사의 광고판 문구도 ‘Bull Durham’이다. 이래저래 메이저리그에서 유래가 깊은 단어의 중의적인 조합이다.

물론 이 제목을 국내 개봉에서 그대로 쓸 수는 없었을 거다. 그래도 ‘19번째 남자’는 너무 뜬금없다. 혹시 내가 영화를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일단 영화 내용 자체에 19번째 남자라는 표현이나, 이를 유추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없다. 굳이 엮자면, 매 시즌마다 새로운 유망주를 애인으로 삼는 수잔 서랜든의 기행이 19번째에 이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추측에 불과할 뿐이다. 영화 내에서 19와 비슷한 숫자가 언급되는 장면은 하나다. 공만 빠르고 제구력이 형편없는 유망주 투수(팀 로빈스)가 프로 데뷔전에서 18개의 볼넷과 18개의 삼진을 기록해, 양 부문 모두 리그 신기록을 세웠다는 내용이다.

궁금증을 견디다 못해, 영화 수입사인 이십세기 폭스 사무실에 밑도 끝도 없이 전화를 해봤으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싸늘한 답변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영화 전문 매체에 문의해봤지만 “그런 건 영화 배급사밖에 모르죠.” 라는 백번 옳은 얘기를 들려줄 뿐이었다. 하긴 1년에 번역되는 영화의 수를 감안하면 1990년에 개봉한, 그것도 흥행작도 아닌 영화의 한글 제목을 지은 사람조차 누군지 알 수 없을 거다. 간혹 영화 주간지에서 이런 소재를 기사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사연이 특이하거나 흥행에 성공한 영화 정도가 언급되는 게 당연하다. 어쨌거나 이 시점까지 궁금증은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이 글이 SNS를 통해 어느 정도 확산될지 알 수 없으나, 혹여나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을 공유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함께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 남을 뿐이다. (어찌 보면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조차 드물던 시기에 마이너리그를 소재로 한 영화를 들여왔다는 건, 영화의 핵심이 야구가 아닌 사랑이라는 점을 간파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C.S.I. MLB
주말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다시 보려고 외장하드 연결했다가 '내추럴' 먼저 봤네요...
케빈 코스트너는 '노 웨이 아웃', 팀 로빈스는 '허드서커 대리인'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생각난 김에 한번 봐야겠네요...

18·06·02 19:08

ThatEye7
케빈 코스트너의 야구 영화 3종 세트는 그래도 다 폭망작들은 아닌 듯요 ㅋ

18·10·09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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