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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이를 생각하며...
 ThatEye7  | 2018·03·12 02:20 | HIT : 653 | VOTE : 60
평창올림픽 기간동안 일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마음 정리를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주말에 생각이 닿아 한 줄 한 줄 적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글을 썼는데... 정환이가 볼 일은 없지만 그냥 SNS에 올리려다 맥스에도 하나 남겨 봅니다.. 맥스 모든 분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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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짬이 날 때마다 불쑥 한 사람이 떠오른다. 가슴이 아프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써본다. 추억보정도 있겠지만 개인 SNS에 무슨 상관이겠나.

그 놈을 처음 만난 건 대학생 때였다. 제대 후 복학했다는 이유 하나로 근거 없이 의욕만 넘치던 시기였다. 박찬호 열풍과 맞물려 야구코리아, 스포츠닷컴, 조인스 같은 1세대 MLB 커뮤니티가 꽤나 붐을 이루던 때였다. 활동하는 곳은 모두 달랐지만, 각 사이트 유저들은 온라인 때론 오프라인 모임으로 교류하곤 했다. 그러면서 그 놈과 서로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게 됐다.

2001년 야구코리아가 사회인 야구 관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커뮤니티 기능을 포기했다. MLB 커뮤니티의 구도 역시 그 때 바뀌었다. 놀던 곳을 잃은 유저들에다 한 다리, 두 다리 건너 추천받은 사람들끼리 모이기 시작했다. 그 때 그 놈을 처음 직접 만났다.

자신감이 넘쳤다. 어느 정도 말이 오가자 대뜸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최고의 메이저리그 사이트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남을 평가할 자격은 없지만, 어쨌든 대화해보니 사기꾼은 아니었다. 어줍지 않은 지식으로 포장하지 않는다는 게 맘에 들었다. 초면에 지식배틀로 우위에 서려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뒤에 가서 다른 소리할 것 같진 않았다.

같이 웹사이트를 만들기로 했다. 목표를 정하면 끝을 보고 싶어 했다. 초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모 웹에디터같은 대중적인 저작도구를 활용해 나름대로 웹 관리 능력을 갖췄다. 함께 합류한 다른 놈들과 분야별로 직접 쓴 글들을 모아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2001년 10월 10일. 맥스엠엘비(MAXMLB.co.kr)가 문을 열었다.

요즘엔 아무도 모르는 사이트가 됐지만 그래도 한 때는 메이저리그에 관한 한 가장 하드코어한 사이트였다. 박찬호, 김병현에 대해 질문글을 올리는 사람이 이상하게 취급받을 정도였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식견이 있는 팬들이 꽤 모였다. 너무 매니악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일반적인 유저들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문제가 됐다. 대중적인 소재가 싫다는 이유로 평범한 유저들을 무시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런 일로 인해 분쟁도 끊이지 않았고 욕도 꽤 먹었다.

열정적으로 탐구하는 자세, 일반적인 시각을 뛰어넘으려는 노력만큼은 365일 일관적이었다. 다만 성격이 종종 문제가 되곤 했다. 옳다고 생각하면 좀처럼 굽히지 않았다. 종종 충돌했다. 유명세를 얻거나 이익을 취하는 데에는 놀라울 정도로 관심이 없었지만, 논쟁이 벌어지면 유연하게 풀어가기보다 직설을 날리는 스타일이었다. 웹사이트 가입자가 꽤 늘었을 때 쯤, 다른 메이저리그 웹사이트 운영자들이 음해를 시도하곤 했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진 사이트의 구성원 일부도 초창기에는 무슨 이유인지 주기적으로 맥스엠엘비를 찾아 분란을 일으켰다.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녀석은 그런 상황을 차분하게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내면에 굉장히 쓸쓸한 사연이 있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강한 척 했지만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 섬세한 놈이었다. 생각이 많았다. 쉽지 않은 여러 일을 겪고 성장하면서 만들어진 피해의식도 있었다.

그럴수록 웹사이트에 더욱 몰두했다. 단순히 애정을 넘어 삶 자체일 지경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의 열정과 능력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게 됐다. 거친 성격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이후 그 놈과 인하대 후문에서 같이 하는 치맥은 결혼 전까지 삶의 일부였을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나이는 나보다 어렸지만 그냥 친구였다.

2002, 2003년이 되면서 당시 기준으로 웹사이트가 꽤 흥했다. 아직 포털이 활성화되기 전, 어줍지 않긴 했지만 스포츠서울닷컴과 기사제휴를 맺고 기사를 전송하기도 했다. 돈보다 평가가 중요하다 생각해서 적은 원고료를 받는 것 대신 필진의 바이라인을 넣는 것으로 합의했다. 웹사이트를 만들고 운영진끼리 쓴 기사가 외부 매체에 실린다는 것 자체로 어설픈 대학생 집단에게는 의미있는 일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스포츠서울닷컴에서 인터넷 명예기자 자격으로 기명 칼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였고 그 놈은 나중에 합류했다. 명예기자들이 올린 게시물 가운데는 검증되지 않은 수준의 형편없는 글도 있었고, 간혹 화제가 될 정도로 공들인 내용도 있었다. 이후 명예기자 중 상당수가 닷컴에 입사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 놈의 글도 그렇게 나쁘게 평가받지는 않았는지 그 때 처음으로 취업을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그 놈이 가장 안정적으로 일에 몰두할 수 있던 시기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메이저리그 관련 기명 기사를 작성했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업계에서도 사소하게나마 입소문을 타곤 했다. 간혹 현장 취재를 나가서 마주치는 경우도 생겼다. 반가움 반, 어색함 반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나도 여유를 부릴 처지가 아니라서 나중에 따로 만나 후일담을 공유하곤 했다.

그 와중에 맥스엠엘비도 꾸준히 관리했다. 게시판은 여전히 활발한 편이었고 정모도 자주 열면서 커뮤니티를 괜찮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정모 장소는 주로 종로 3가나 인하대 후문이었다. 종로에서 정모를 마치고 지하철 막차를 타고 오면서 베이스볼 다이제스트에 소개된 특이한 기록을 서로 스무고개하듯 맞춰가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무 욕심없이 순수한 시절이었다. 맥스엠엘비에는 덕후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메이저리그 외적인 소재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피겨나 테니스 덕후들도 꽤 득세했다. 하지만 모든 게 다 좋은 건 아니어서, 때로는 예상치 못한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어쨌거나 한동안 그 놈이 인정받던 시기가 오래 가지는 못했다. 닷컴 업계가 어려워진 것이 근본적인 이유지만 그 놈의 성격도 한몫했다. 조직 생활에 어울리는 스타일이 아니었고 우여곡절 끝에 회사를 나왔다. 이후 기명 칼럼을 몇 군데에 쓰긴 했다. 그러다가 중대한 사건이 생겼다. 더 나은 매체에 입사할 가능성이 있었는데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로 기회를 포기했다. 여러 차례 생각을 돌리려 했지만 개인적인 이유인 탓에 설득에 실패했다.

모르겠다. 다시 그 놈이 그 때로 돌아가서 해당 매체에 입사했다 해도 조직 생활을 잘 했을 지는. 결국 방황하고 떠돌다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사건 이후로 그 놈의 삶이 완전히 꼬였다는 거다. 구구절절 다 풀어낼 수는 없지만 자리를 잡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수년간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나 역시 능력이 변변치 않아 그저 생각날 때마다 맥주나 한 잔 사는 정도였다. 그렇다고 융통성이 있는 성격도 아니어서 대놓고 아쉬운 말도 못하는 놈이었다.

그러다가 메이저리그 기록원으로 일하게 됐다. 고용 측면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메이저리그를 보면서 생활을 유지한다는 게 중요했다. 그러면서 ‘야구친구’에 글을 올리는 정도로 소일했다.

사실 잘 모르겠다. 미화할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굳이 가혹하게 평가할 이유도 없다. 대다수가 주목하지 않는 인물이었다는 게 가장 냉정한 평가일 거다. 조직 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성격이나 자신의 실책도 문제였을 것이다. 간혹 그 놈의 능력을 인정하는 사람이 나타나곤 했다. 그런데 본질보다는 부차적인 것이 항상 주된 평가를 방해했다. 외모. 옷차림. 태도. 이 정도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기적인 몇몇 인간의 욕심에 희생되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의 사소한 이익을 위해 그 놈을 형편없는 인간으로 매도하는 장면도 봤다. 때론 음해에 가까운 일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과연 어떤 사람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근거가 될 정도의 문제인가 싶다.

뒷담화야 어느 집단에서나 존재하는 일상이다. 하지만 그 놈에게는 그런 일상이 고통에 가까웠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려진 평가로 몹쓸 인간이 되고, 더 나아가서 새로운 기회를 잡는 데 방해 요소가 되기도 했다. 사회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회성과 무관한 일감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생겼다. 평판 관리에 무심했다곤 해도 소문은 너무 무서웠다.

모든 것이 업보긴 하다. 그래도 아쉬운 게 하나 있다. 사회성없는 덕후가 잘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고정 개인 칼럼을 맡지 못한 것이다. 고정적으로 글을 쓸 기회가 생길 뻔 했지만, 역시 애매한 이유로 무산됐다.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이 내려졌다.

이게 아쉬운 이유는 단순히 그 놈의 고정적인 수입을 걱정해서가 아니다. 일단 해외 유명 칼럼니스트가 뭐라도 글을 올리면 그 이슈를 따라가는 것이 국내 MLB 칼럼의 주된 흐름인데, 그 놈은 그런 시각을 과감하게 탈피하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주류 야구팬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고, 실제로 눈치 보는 성격이 아니어서 더 가능했다. 그 놈의 모든 시각이 옳다고 할 순 없지만 분명 의미가 있었다.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기록을 조합해 논리의 근거를 마련하는 게 보통인데, 그 놈은 반대였다. 숫자가 논리를 뒷받침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숫자가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내는 수준이었다. 국내 최고의 메이저리그 전문가들도 벽을 만나면 그 놈의 도움을 받는 게 당연했다. 업계에서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점을 모를 리 없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 놈이 꾸준히 글을 생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최소한 국내 MLB에 지금보다는 더 생산적인 논쟁이 많아졌을 것이라고 본다. 그에 따른 논란도 따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다. 글이나 내용, 기록, 논리와 무관한 이유로 면전에서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개념 언론인으로 알려진 인물로부터 모욕을 당했다는 말도 들었다. 직접 아는 인물인데 사실관계를 확인해보지는 않았다. 그 놈의 능력을 인정한 몇몇 사람들도 적당히 이용만 할 뿐, 대등한 관계로 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대등한 관계가 될 것을 염려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심적 상처도 컸지만 경제적으로 아주 큰 어려움을 겪었다. 거처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러다가 사고가 났다. 우연한 사고일 수도 있다. 부검 결과도 그렇다. 그냥 운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교통사고와는 감정이 다르다. 정말 재수가 없어서 벌어진 일이라기엔 벼랑 끝까지 몰린 사회적 상황을 무시하기 어렵다. 그래서 쉽게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지금은 맥스엠엘비 웹사이트만 남아있다. 굳이 누가 읽을 일도 없는 글이지만 이렇게라도 생각을 정리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복잡한 감정에 그 놈이 남긴 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어느 정도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하고 기자란 일을 하면서 크려면 누구처럼 '정치'를 해야 한다는 사실도 안다. 그런데 청렴한 삶과 거리가 멀고 가치관도 맑지 않지만 어쩌다 보니 안 한 게 되었다. 지금은 잠시 끈을 놓았다.

[덧] 숫자 가지고만 글 쓰는 거 원칙적으로는 별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이게 가장 깨끗하다.“


잠시 끈을 놓았던 시기에 남긴 글인데, 이제 그 놈은 영영 다시 끈을 잡을 수 없게 됐다. 사람은 장단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놈의 장점을 제대로 한 번 인정받지 못한 채, 단점만 집요하게 공격받은 채로 떠났다는 게 안타깝다.
C.S.I. MLB
어떻게 보면 고인에 대한 평전, 잘 읽었습니다...

18·03·14 22:31

ThatEye7
오랜만에 뵙네요. 자주는 아니라도 한 번씩 들러주세요. 고맙습니다.

18·03·15 15:31

배리 본즈
제 기억으로는 인하대 후문에서 한번 종로에서 한번 정환님과 대다이님을 뵈었네요.
다른곳에서 정환님의 소식을 듣고 정말 몇년만에 로그인을 했습니다. 아직도 정환님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한데...ㅠㅠ

18·03·16 07:50

Josh Beckett
가장 분란을 많이 일으킨 사람이기에 더 많이 미안해집니다. 그게 정환님을 힘들게 했을 거라 생각하니 울적해지네요.
대다이님 정리 고맙습니다. 바쁘시겠지만, 종종 여기서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18·03·18 23:30

씨엔
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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